
솔직히 저는 한동안 극장판 결말만이 진짜 결말인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감독판 결말을 보고 나서야 제가 17년 동안 이 영화를 절반만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잃어버린 절반'이 20년 동안 속편을 막아온 진짜 이유였습니다.
두 개의 결말이 남긴 골칫거리
2007년 개봉한 <나는 전설이다>는 호러·스릴러 장르에서 식스센스 다음으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 극장 수익이 약 8억 달러에 달했으니,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입장에서는 당연히 속편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속편을 만들려면 주인공 네빌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극장판에서 그는 자폭으로 죽습니다. 해결책처럼 보이는 감독판 결말이 있기는 했지만, 워너 브라더스는 이 버전을 정사(正史)로 채택하기를 거부했습니다. 8억 달러짜리 흥행 결말을 뒤집고 DVD 부가 영상을 공식 설정으로 삼는다는 게 상업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한 거였죠.
제가 처음 이 상황을 접했을 때 이해가 안 됐습니다. 감독판 결말이 훨씬 더 풍부한 이야기인데, 왜 굳이 극장판을 고집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할리우드의 논리를 알고 나니 이해가 됐습니다. 당시 워너는 8억 달러 흥행작의 이미지를 '보호'하고 싶었던 겁니다.
결국 속편 협상은 삼중으로 막혔습니다. 배급사는 감독판 결말 채택을 거부했고, 윌 스미스는 억지 설정에 출연할 이유가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프리퀄(prequel, 본편보다 앞선 시간대를 다루는 전편)을 제안받은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마저 1편의 회상 장면에서 이미 다 보여준 내용을 아류작처럼 만들고 싶지 않다며 하차해 버렸습니다. 여기서 프리퀄이란, 1편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퍼지던 초기 상황을 다룬다는 기획이었는데 감독 본인이 의미 없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 워너 브라더스: 감독판 결말을 정사로 채택하기 거부
- 윌 스미스: 억지 설정의 속편 출연 거절
-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 프리퀄 기획 하차
20년이 걸린 이유, 그리고 감독판 결말의 진짜 의미
교착 상태를 깬 건 마이클 B. 조던이었습니다. 크리드 시리즈와 블랙 팬서로 입지를 다진 그가 윌 스미스를 직접 찾아가 제안했습니다. 감독판 결말을 정사로 삼아, 수십 년이 지난 뒤의 이야기를 만들자고요. 윌 스미스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2022년 속편 제작이 공식 발표됐습니다.
그런데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집니다. 2022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윌 스미스의 뺨 때리기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이후 프로젝트는 사실상 멈췄고, 추가로 몇 년의 시간이 더 흘렀습니다. 2026년에 드디어 촬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2028년 개봉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 현재까지는 유효합니다.
저는 이 모든 우여곡절보다 감독판 결말 자체에 더 관심이 갑니다. 제가 처음 이 버전을 봤을 때, 영화 제목인 '나는 전설이다'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극장판에서 전설은 '인류를 구한 영웅 네빌'입니다. 하지만 감독판에서 전설은 '변종 인류에게 공포를 심어준 괴물'입니다. 내러티브 서브버전(narrative subversion), 즉 관객이 믿어온 서사를 뒤집는 장치인데, 이게 이 영화의 핵심이었습니다.
감독판에서 다크 시커(Dark Seeker,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변종이 된 존재들)의 우두머리는 여성 동료를 되찾기 위해 유리창에 나비 문양을 그립니다. 제가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솔직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 존재들은 그냥 본능만 남은 좀비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제야 영화 곳곳에 심어뒀던 나비 복선들이 전부 다시 보였습니다. 감독이 처음부터 감독판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극장판 재촬영 때 그 복선들이 전부 의미를 잃어버린 겁니다.
나비 모티프(motif)란 영화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상징 장치를 말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시작 장면의 나비 포스터, 아들의 나비 손짓, 여성 다크 시커의 나비 타투가 모두 같은 맥락으로 연결됩니다. 극장판은 이 연결을 끊어버린 채 안나의 목덜미에 급히 나비 문신을 추가해 '희생의 상징'으로 포장했는데, 제 눈에는 그게 꽤 억지스러워 보였습니다. (출처: IMDb, I Am Legend (2007))
속편 전망, 그리고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
현재 확인된 캐스팅과 제작진을 정리하면, 윌 스미스가 다시 네빌 역으로 돌아오고 마이클 B. 조던이 코네티컷 주의 대규모 인간 생존자 정착지 리더로 합류합니다.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을 연출한 스티븐 케이플 주니어가 메가폰을 잡았고, 오리지널 각본가 아키바 골드 스먼도 합류했습니다.
현재 해외 영화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시나리오는 공존파와 절멸파의 이념 대립 구도입니다. 수십 년이 흐른 세계에서, 변종 인류의 지성과 문명을 인정하고 공존을 택하는 늙은 네빌과, 인류의 완전한 재건을 위해 변종을 소탕해야 한다는 강경파 리더 마이클 B. 조던이 충돌한다는 설정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설정은 일견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감독판 결말의 논리를 그대로 확장하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이 방향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이념 대립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집니다. 거대한 생존자 기지, 수백 명의 전투 장면, 변종과의 전쟁. 그렇게 되면 이 영화는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문명 붕괴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장르) 영화들과 구분하기 어려운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란 워킹 데드나 더 로드처럼 인류 문명이 무너진 뒤를 배경으로 삼는 장르를 가리킵니다.
제가 기억하는 1편의 가장 강력한 순간은 총격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뉴욕 한복판을 개 한 마리와 함께 돌아다니는 네빌, 마네킹에게 말을 걸고 웃음을 유도하려는 네빌, 그 장면들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고독감이야말로 이 영화의 정체성이었습니다. 1편의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와 배급을 담당했던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작품의 저예산 감수성이 오히려 강점이었습니다. (출처: Variety, I Am Legend Sequel Announced)
저는 2편이 화려한 스케일 확장보다는 '누가 괴물인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향을 선택했으면 합니다. 이미 감독판 결말에서 다크 시커들은 동족을 학살하던 네빌에게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그 장면 하나가 이 시리즈 전체를 새로운 방향으로 열 수 있습니다. 관객이 1편 내내 응원했던 인물이 상대방의 시선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는 아이러니, 그 아이러니를 2편이 얼마나 끝까지 밀어붙이느냐가 제가 보는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나는 전설이다 감독판 결말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국내 주요 OTT 및 유튜브에서 '나는 전설이다 감독판 결말' 또는 '얼터너티브 엔딩'으로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DVD 부가 영상으로 처음 공개됐으나 현재는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극장판과 비교해서 보면 영화 전반부의 복선들이 완전히 다르게 읽힙니다.
Q. 나는 전설이다 2편 개봉일은 언제인가요?
A. 현재 알려진 목표 개봉 시점은 2028년입니다. 2026년 촬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지며, 윌 스미스와 마이클 B. 조던이 주연을 맡습니다. 다만 촬영 진행 상황에 따라 일정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Q. 2편은 극장판 결말을 기준으로 하나요, 감독판 결말을 기준으로 하나요?
A. 감독판 결말을 정사로 채택한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방향입니다. 네빌이 살아서 뉴욕을 떠난 결말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며, 수십 년이 지난 시점의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 결정이 20년간 막혔던 속편 교착 상태를 풀어낸 핵심 열쇠였습니다.
Q. 마이클 B. 조던은 2편에서 어떤 역할인가요?
A. 윌 스미스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마이클 B. 조던은 네빌의 아들이 아니라 코네티컷 주에 형성된 대규모 인간 생존자 정착지의 리더 역할로 등장합니다. 일부에서 회상 장면에서 아들로 나올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윌 스미스가 직접 선을 그었습니다.
Q. 다크 시커가 단순한 좀비가 아니라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감독판 결말에서 다크 시커 우두머리는 동료를 되찾기 위해 나비 문양을 그리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는 이들이 본능만 남은 존재가 아니라 감정과 유대 관계를 가진 지성체라는 의미입니다. 원작 소설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이 관점에서 보면, 네빌이야말로 이들에게는 동족을 납치하고 학살한 공포의 존재였습니다.
결론
결말 하나 때문에 20년이 걸렸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황당하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사실은 꽤 납득이 됩니다. 워너의 상업적 판단, 배우의 자존심, 감독의 작가 의식이 서로 엇갈리면서 누구도 쉽게 양보하지 못했던 거니까요.
저는 2편이 기대되는 이유가 화려한 캐스팅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가 1편에서 절반만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감독판 결말로 깨달았던 것처럼, 2편이 그 나머지 절반을 제대로 완성해 주기를 바랍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내가 1편에서 응원했던 사람은 정말 영웅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드는 속편이라면, 20년을 기다린 값어치가 충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