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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사람이 처음부터 강해 보인다면, 그게 진짜 강함일까요. 영화 《마녀》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 앞에서 한참 멈췄습니다. 자윤이 본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제가 두 시간 가까이 구축해온 판단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액션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다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에 대한 꽤 무거운 질문을 안고 극장을 나왔습니다.

평범한 얼굴 뒤에 숨은 서사 설계
영화는 인체 실험 사진들로 구성된 프롤로그로 시작합니다. 제작진이 실제로 수집한 자료들을 활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촬영 현장에 피를 너무 많이 뿌려 배우가 걷기 힘들 정도였다는 후일담은 그 공들인 흔적을 잘 보여줍니다. 실험실을 탈출한 어린 소녀는 지리산 자락 목장의 부부에게 발견되고, 10년이 지나 평범한 고등학생 구자윤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박훈정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바로 이 '평범함의 설계'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자윤은 두통을 겪고, 친구 명희와 장난을 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소녀로 등장합니다. 명희 역을 맡은 고민시 배우의 앞머리 볼륨 설정이 시나리오 단계부터 잡혀 있었다는 사실은, 감독이 얼마나 캐릭터의 외형적 디테일까지 세밀하게 설계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핵심은 자윤의 오디션 참가가 우연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윤은 의도적으로 방송에 노출되어 닥터 백이 자신의 행방을 찾아오도록 유도합니다. 이른바 서사적 미끼(narrative bait), 다시 말해 관객과 등장인물 모두를 동시에 속이는 이중 기만 구조입니다. 영화를 다시 보면 자윤의 모든 행동이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저는 이 구조를 처음 파악했을 때 감탄보다 소름이 먼저 돋았습니다.
닥터 백 캐릭터도 흥미롭습니다. 초기 시나리오에서는 남성 캐릭터로 기획되었지만, 자윤에게 집착하는 특성이 여성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판단으로 조민수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귀공자 역의 최우식 배우가 촬영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든 손톱 깨무는 버릇을 감독이 캐릭터에 반영했다는 사례처럼,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완성된 설계도보다는 배우와의 협업 속에서 유기적으로 다듬어졌습니다.
반전 서사가 작동하는 조건
좋은 반전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관객이 속아야 하지만, 돌아보면 단서가 있어야 합니다. 《마녀》는 이 균형을 꽤 잘 잡고 있습니다. 자윤이 뇌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는 장면, 몸이 약한 척 연기하는 태도 등이 모두 사후에 재해석되는 단서들입니다. 영화가 관객을 속이는 방식은 단순한 정보 은폐가 아니라, 인간의 선입견 자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신이 믿고 있던 정보가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 느끼는 심리적 불편함을 뜻합니다. 자윤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관객이 느끼는 충격은 사실 이 인지부조화의 경험입니다. 저는 이 장면이 단순한 반전이 아니라,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단편적으로 판단하는지를 체험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 자윤의 오디션 참가 — 닥터 백을 유인하기 위한 의도적 노출
- 두통과 자료 수집 — 실험 후유증을 역이용한 위장 행동
- 명희와의 우정 — 평범한 일상성을 강화하는 알리바이 장치
- 닥터 백의 주사 — 자윤이 원하던 능력 각성의 트리거
자윤의 정체성과 인체실험 윤리의 문제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장면이 액션 신이 아니었습니다. 목장의 양부모가 자윤을 "딸"이라고 부르는 장면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이 자윤을 "실험체"라고 부르는 것과 정확히 같은 사람을 향해 완전히 다른 언어가 사용됩니다. 같은 존재를 어떤 관계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의미 자체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저는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라고 느꼈습니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 존엄성의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 원칙을 통해, 인간은 결코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언명령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지켜야 할 도덕 원칙을 의미합니다. 영화 속 연구자들은 이 원칙을 정반대로 실천합니다. 그들에게 자윤은 능력을 검증하고 활용해야 할 실험 결과물이지, 스스로 삶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 인간이 아닙니다.
이 설정은 현실과 그리 멀지 않습니다. 생명윤리(bioethics) 분야에서는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을 때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을 엄격하게 규정합니다. 생명윤리란 생명과학과 의학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문제를 다루는 학문 분야입니다. 연구 대상자의 자발적 동의, 위험 최소화, 존엄성 보호가 그 핵심입니다. 출처: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연구자는 참여자의 이익을 연구 목적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국제적으로 확립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영화에 대한 하나의 비판적 시각도 솔직히 꺼내보고 싶습니다. 자윤은 연구자들보다 더 강한 힘을 갖게 되면서 상황을 역전시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통쾌한 순간이지만, 이 해결 방식은 결국 "더 강한 쪽이 이긴다"는 논리를 따릅니다. 만약 자윤에게 그런 능력이 없었다면, 그래서 힘으로 저항할 수 없었다면, 그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었을까요.
인간의 권리가 개인의 능력에 의해서만 보장되는 구조라면, 힘이 없는 존재는 언제든 다시 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영화의 결말이 통쾌하면서도 이 불편한 질문을 남겨둔다는 점이, 오히려 이 작품을 더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2세대 실험체들의 존재가 예고된 엔딩 장면은,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운을 줬습니다. 제주도에서 촬영된 그 마지막 소녀의 모습은, 자윤이 해결한 것이 아직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구조는 여전히 작동 중이고, 통제받는 존재들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박훈정 감독이 2편 시나리오가 나와야 이해될 것이라고 언급한 장면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서도 확인되듯, 세계관 확장형 시리즈물이 관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방식은 결말을 닫지 않는 데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녀 영화 자윤이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나요?
A. 네, 그렇게 보는 것이 맞습니다. 자윤이 오디션에 참가한 것 자체가 닥터 백을 유인하기 위한 계획된 행동이었습니다. 뇌 자료를 수집하고 몸이 약한 척 연기한 것도 모두 이 계획의 일부였습니다.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이 반전을 밝히는 장면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Q. 마녀 2편은 언제 나오나요?
A. 영화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작 일정이 지연된 바 있으나 속편 제작 소식이 전해진 상태입니다. 정확한 개봉 일정은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마녀 엔딩에 나오는 소녀는 누구인가요?
A. 엔딩의 소녀는 인간에게 통제되는 또 다른 실험체로 해석됩니다. 박훈정 감독은 이 장면이 2편 시나리오와 연결되는 복선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자윤이 자신의 상황을 벗어났더라도, 동일한 구조 안에서 새로운 실험체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장면입니다.
Q. 마녀에서 닥터 백이 원래 남자 캐릭터였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맞습니다. 초기 시나리오에서는 남성 캐릭터로 설계되었으나, 자윤에게 집착하는 심리적 특성이 여성 캐릭터에 더 잘 어울린다는 판단 아래 조민수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이처럼 《마녀》의 캐릭터들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촬영 현장까지 지속적으로 재설계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결론
저는 《마녀》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생각한 질문이 "구자윤은 얼마나 강한가"가 아니었습니다. "구자윤의 삶을 결정할 권리는 애초에 누구에게 있었는가"였습니다. 영화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자윤을 실험체로 부르는 쪽과 딸로 부르는 쪽을 나란히 놓고, 관객 스스로 판단하게 합니다.
액션과 반전 서사의 쾌감을 즐기면서도, 그 이면의 윤리적 질문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면 이 영화는 두 번 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처음 봤을 때와 다시 봤을 때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느껴지는 경험, 제 경험상 그게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