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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권력 느와르, 백기태, 디즈니플러스)

by annabb 2026. 9. 23.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2 작품 포스터 이미지

솔직히 저는 권력 암투물을 그다지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등장인물이 많고 세력 구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면, 한 장면 놓쳤을 때 이야기의 흐름을 다시 잡기가 꽤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메이드 인 코리아>는 달랐습니다. 시즌1부터 백기태라는 인물 하나에 자꾸 시선이 붙었고, 시즌2 소식이 들렸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은 "그가 결국 어디까지 올라갔을까"였습니다.

 

권력 느와르가 불편하게 현실적인 이유

제가 이 드라마를 볼 때 가장 먼저 꺼냈던 질문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 중에 진짜 악당은 누구인가?" 그런데 시즌1을 다 보고 나서도 그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시즌2 첫 화를 보면서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중앙정보부 차장 백기태는 자신이 하는 일을 줄곧 '애국'이라고 부릅니다. 해외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물건을 팔아 선거 자금을 마련하고, 국내 유통을 철저히 막으며 "우리나라의 약을 푸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긋습니다. 표면만 보면 신념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그 신념의 수혜자가 결국 권력 유지에 혈안이 된 자신과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드라마는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서 '느와르(noir)'란 단순히 어둡고 폭력적인 장르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원래 프랑스어로 '검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이 장르는, 도덕적 모호함 속에서 욕망과 타락이 충돌하는 서사를 핵심으로 삼습니다. 쉽게 말해 선과 악이 깔끔하게 갈리지 않고, 모든 인물이 저마다의 명분을 갖고 어두운 선택을 반복하는 이야기입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정확히 이 공식에 들어맞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도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일수록 오히려 오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작은 조직에서 일하면서 "이건 팀을 위한 결정이야"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킨 적이 있었는데, 돌아보면 그 결정의 진짜 수혜자가 팀이었는지 저 자신이었는지 구분이 잘 안 됐습니다. 백기태의 '애국'이 그렇게 낯설지 않게 느껴진 이유였습니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인 1979년 10월 26일, 즉 박정희 대통령 서거라는 실제 역사의 분기점을 소재로 삼은 만큼,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픽션, 이른바 '팩션(faction)' 장르에 해당합니다. 팩션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개념으로, 실제 사건·인물을 뼈대로 삼되 극적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한국 현대사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 중 상당수가 이 형식을 취합니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하얼빈> 등 우미노 감독이 이전에 작업한 작품들이 모두 이 계보에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DB).

다만 제가 이런 작품을 볼 때 스스로에게 항상 거리를 두라고 상기시키는 부분이 있습니다. 팩션은 극적 재미를 위해 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 속 장면을 역사적 사실과 동일하게 받아들이면, 실제로 있었던 일과 작가가 상상으로 채운 부분이 뒤섞이게 됩니다. 저도 시즌1 보는 내내 "이게 실제야, 극이야?" 싶어서 따로 검색한 장면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그 거리를 유지하면서 보는 것이 오히려 이 장르를 더 깊이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느와르: 도덕적 모호함 속 욕망과 타락의 충돌이 핵심인 장르. 선악 구분이 없다.
  • 팩션: 실제 역사적 사건·인물을 뼈대 삼아 극적으로 재구성한 서사 형식.
  • 애국 vs 욕망: 백기태의 '신념'이 명분인지 자기합리화인지, 드라마는 답을 주지 않는다.
  • 시청 팁: 역사 사실과 극적 허구의 경계를 의식하며 보면 몰입감이 더 높아진다.
요약: <메이드 인 코리아>가 불편하게 현실적인 이유는 악당이 없어서가 아니라, 모두가 그럴듯한 명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기태의 정상 그리고 시즌2가 던지는 진짜 질문

시즌2는 시즌1로부터 9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그 사이 백기태는 중앙정보부 차장에서 권력의 핵심 자리로 올라서 있습니다. 시즌1에서 그가 그토록 바라보던 자리에 실제로 서 있는 겁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꼭대기에 서 있는 그의 표정이 편안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저도 비슷한 감각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꽤 오래 준비했던 일이 성사됐을 때, 처음 며칠은 좋았다가 금방 "이제 이걸 어떻게 유지하지"라는 걱정이 올라왔습니다. 목표를 얻으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얻고 나면 잃지 않는 것이 새로운 숙제가 되더라고요. 백기태가 9년을 더 버텨온 이유가 그래서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시즌2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새로운 3파전 구도입니다. 시즌1이 백기태와 장건형의 양자 대립이었다면, 시즌2는 여기에 백기연이라는 인물이 추가됩니다. 이 대립 구도, 즉 세 인물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서사 구조를 '삼각 긴장(triangular tensi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 삼각 긴장이란 두 인물의 충돌 위에 제3의 인물이 개입함으로써 예측 불가능성이 배가되는 서사 장치를 말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백기연이 형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방식이 전혀 달라서 기존 대립 구도 위에 결이 다른 긴장이 하나 더 얹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단순히 인물 수가 늘어난 것 이상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편 일본 야쿠자 조직 내부의 후계 다툼을 다룬 서브플롯도 이번 시즌의 볼거리입니다. 자이니치, 즉 재일교포 출신의 수양딸 캐다 유지가 조직 내 투표와 배신을 통해 후계 구도를 뒤집으려는 과정은 한국 권력 암투와 겹쳐 보이면서도 독립된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자이니치(在日)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조선 국적자 및 그 후손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 드라마에서는 중앙정보부의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집단으로 등장합니다. 제일교포들이 한국 방공법의 실체를 알기 어려웠던 사회적 맥락을 드라마가 꽤 구체적으로 짚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재일교포 인권 관련 자료).

제 경우엔 시즌2를 보면서 새 인물보다 기존 인물들이 9년 동안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찾아보는 재미가 더 컸습니다. 예전에 쫓기던 사람이 오히려 쫓는 위치가 되고, 아무 힘이 없어 보이던 사람이 조직을 흔드는 열쇠를 쥐게 되는 관계의 역전. 단순한 복수극이라면 이미 결말이 보이겠지만, 이 작품은 그 역전이 어떤 대가를 수반하는지를 계속 물어봅니다.

한 가지 제가 우려했던 부분은 시즌2가 단순히 규모 확장에 의존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더 큰 권력, 더 많은 자금, 더 잔혹한 싸움을 보여주는 방향으로만 가면 처음의 긴장감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르는 총을 누가 먼저 뽑느냐보다, 왜 믿었던 사람이 돌아서게 되는지를 보여줄 때 훨씬 오래 머릿속에 남습니다. 시즌2 첫 부분만 보면 그 균형을 아직은 잘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권력의 정상이라는 곳이 정말 끝이 있는 자리인지, 아니면 올라갈수록 더 두려워지는 자리인지. 백기태가 결국 무엇을 잃게 되는가가 이번 시즌의 진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시즌2의 핵심은 백기태가 어디까지 올라가느냐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엇을 잃어가는지를 보는 데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시즌1 안 보고 봐도 되나요?

A. 시즌2는 시즌1로부터 9년 뒤 이야기라 독립된 도입부가 있긴 하지만, 백기태·장건형 두 인물의 관계와 감정선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시즌1을 먼저 보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제 경험상 시즌1 없이 보면 인물들의 위치 변화가 주는 묘한 감각을 절반도 못 느끼게 됩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즌1 전편을 볼 수 있으니 순서대로 시작하는 걸 권합니다.

 

Q. 메이드 인 코리아가 실화 기반인가요? 어디까지 사실인가요?

A.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서거라는 역사적 사건을 뼈대로 삼은 팩션 장르입니다. 팩션이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되 인물과 사건을 극적으로 재구성한 픽션을 말합니다. 중앙정보부, 보안사, 재일교포 간첩 조작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연결된 소재들이지만, 구체적인 인물과 대사·상황은 창작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궁금한 역사적 배경은 따로 검색해보는 것이 팩션을 즐기는 좋은 방법입니다.

 

Q.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디즈니플러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디즈니플러스 앱과 웹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시즌1은 디즈니플러스 한국어 오리지널 중 전 세계 최다 시청 작품으로 기록된 바 있습니다. 구독 플랜에 따라 화질 및 동시 스트리밍 조건이 다르니 가입 시 확인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Q. 우미노 감독 다른 작품도 비슷한 스타일인가요?

A. 우미노 감독은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하얼빈> 등 한국 현대사와 권력을 다룬 작품들로 이미 독보적인 연출 스타일을 인정받았습니다. 한 컷도 그냥 넘기지 않는 밀도 있는 화면 구성과 1970~80년대 공기를 재현하는 프로덕션 디자인이 공통된 특징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시리즈물이라기보다 잘 만든 극장 영화를 이어보는 것 같은 밀도였습니다.

 

결론

권력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던 제가 <메이드 인 코리아>에 계속 빨려 들어간 이유는 결국 하나였습니다. 이 작품이 "누가 이기느냐"보다 "사람은 왜 멈추지 못하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시즌2는 그 질문을 더 큰 스케일로 이어가면서도,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어떻게 돌아서는지를 놓치지 않습니다.

정치 드라마나 느와르 장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세력 구도를 파악하려 하기보다, 백기태 한 사람의 표정과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가 저절로 따라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시즌1부터 순서대로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작해 보는 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bDwqdmKo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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