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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수상작 존 오브 인터레스트 (홀로코스트, 연출, 시선)

by annabb 2026. 1. 15.

존오브인터레스트

 

2023년 개봉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서도, 전혀 다른 시선과 연출 방식으로 관객에게 충격과 깊은 질문을 던진 영화입니다. 2026년인 지금, 이 작품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으며, 전쟁의 일상성, 무감각, 윤리의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 대표적인 영화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1. 홀로코스트의 이면: 집단학살과 일상의 공존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에 살았던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의 일상을 그린 영화입니다. 놀랍게도, 영화는 수용소 내부의 끔찍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철조망 너머로 들려오는 비명, 총소리, 가스실 가동 소리 등 '소리'와 '분위기'를 통해 관객에게 현실의 잔혹함을 체감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연출은 기존의 홀로코스트 영화와 명확히 구분됩니다. 보통은 피해자의 시선에서 고통과 생존을 다루지만, 이 영화는 가해자 혹은 방관자의 시선에서 '일상화된 악'을 조명합니다. 루돌프의 아내는 정원에 꽃을 심고,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주변에서는 인간이 학살당하고 있는 참상이 이어집니다. 이러한 일상의 평온함과 뒤편의 공포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관객에게 깊은 불편함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가 의도한 메시지입니다. 인간은 어떻게 끔찍한 현실 속에서도 무감각하게 살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가? 2026년 현재, 전쟁과 학살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과거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도덕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2. 정적이고 냉정한 연출: ‘보여주지 않음’의 힘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특별하게 만든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입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일반적인 전쟁영화나 역사극이 감정적인 음악, 클로즈업, 폭력적 장면을 통해 감정을 자극한다면, 이 영화는 거리를 둔 시점, 고정된 카메라,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으로 감정의 과잉을 배제했습니다. 그 결과, 관객은 오히려 더 큰 공포와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수용소에서 들려오는 고통스러운 소리와 대비되는 가족의 평온한 식사 장면은 인간성의 붕괴를 암시하며, 영화 전반에 깔린 정적은 이 ‘공존할 수 없는 현실’이 오히려 너무나도 현실적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사운드 디자인은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감독은 실제 아우슈비츠의 환경음을 기반으로 구성된 사운드를 활용하여 시청각적 충격 없이도 관객의 심리를 압박합니다. 관객은 결국 ‘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참혹한 진실을 체감하게 되며, 이 방식은 그 어떤 자극적인 영상보다도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2026년 현재, 이러한 연출 방식은 영화학교와 비평계에서 하나의 사례로 분석되고 있으며, ‘윤리적 연출’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의 피해를 보여주는 방식에서 오는 ‘폭력의 재현’ 문제를 비껴간 점이 많은 논의의 중심에 있습니다.

3.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 누가 악을 만드는가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단순히 ‘역사를 다룬 영화’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놓치고 있는 ‘시선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힘을 가졌습니다. 보통 우리는 악을 특정한 인물이나 집단에 귀속시킵니다. 나치, 전범, 독재자 등.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악이 얼마나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루돌프 회스 가족은 주변에 대한 죄책감 없이 일상을 즐기며, 자녀 교육과 가사일에 집중하고, 평범한 가정생활을 이어갑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도덕’을 가지고 있었고, 국가의 명령과 질서에 충실한 시민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무서운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이들과 다른가?”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폭력, 차별, 혐오 역시 많은 경우 개인이 아닌 시스템 안에서 조용히 자행됩니다. 직접적인 폭력이 없더라도, 외면과 침묵이 누군가에겐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영화는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2026년 현재, 영화와 관련된 교육 콘텐츠, 철학적 토론, 심리학 세미나 등에서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윤리적 무감각, 방관자 효과, 구조적 악 등에 대한 핵심 텍스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품은 단순한 감상 그 이상으로, 사고와 토론을 유도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2023년 개봉 이후 몇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영화입니다. 단지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로만 기억되기에는 그 여운과 메시지가 너무 깊고 넓습니다. 이 작품은 전쟁과 학살, 폭력과 일상이 공존할 수 있는 현실을 냉정하고 차분하게 보여주며, 관객 스스로가 ‘내가 바라보는 세계는 올바른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2026년의 우리는 여전히 분쟁과 혐오, 무관심의 세계 속에 살고 있습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그런 시대에 ‘사람이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작품이며, 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