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미스터리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달랐습니다. 거대한 사건보다 좁은 공간에서 옆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훨씬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영화 '폭설'의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그 느낌이 다시 올라왔습니다.터널, 시체, 그리고 살아있는 두 사람폭설이 내리는 터널로 두 남자가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예고편을 보면서 제가 먼저 한 생각은 "아, 이건 전형적인 밀실 추리극이겠구나"였습니다. 밀실 추리극이란 외부와 단절된 공간 안에서 범인을 찾아가는 구조를 말합니다. 외부와 차단된 공간 덕분에 용의자가 제한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이 극의 핵심 동력이 됩니다. 쉽게 말해 탈출도 구조도 없는 상황에서 범인을 특정해야 ..
불사신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볼 때마다 처음엔 늘 비슷한 생각부터 했습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면 세상에 두려울 게 없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부활남: 더 레드'의 설정을 따라가다 보니 그 생각이 조금씩 흔들렸습니다. 죽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죽음을 반복해서 겪어야 하는 운명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불사 설정이 만드는 긴장감의 구조주인공 석환은 죽어도 3일 뒤에 다시 살아납니다. 겉으로 보면 완벽한 능력처럼 보이지만, 이 설정이 액션 서사(narrative structure)에서 안고 가는 문제는 꽤 근본적입니다. 서사 구조란 이야기가 긴장감을 만들고 해소하는 흐름의 뼈대를 말합니다. 보통 주인공이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바로 그 긴장감의 핵심 동력인데, 석환에게는 그 조건이 처음부터 빠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