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범죄 수사물을 볼 때 대부분 '형사 편'이었습니다. 범인이 잡히면 통쾌하고, 수사가 막히면 답답하고. 그런데 이번에 2026년 신작 영화 《끝장 수사》 관련 영상을 보면서 처음으로 반대 방향으로 생각해봤습니다. '잡힌 사람이 진짜 범인이 맞나?' 하는 질문 말입니다. 일본 4대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가 단순한 범죄 오락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판 사건이 왜 반복되는가 — 확증 편향의 함정《끝장 수사》의 배경이 된 실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시카가 사건입니다. 1990년 일본에서 네 살 아이가 살해됐고, 범인으로 지목된 버스 기사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17년을 복역했습니다. 그런데 2009년 새로 도입된 DNA 감정 결과가 무고를 증명했습니다. 이 사건은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개된 영상 몇 분을 보고 나서 느낀 첫 감각이 '괴물이 무섭다'가 아니라 '저 마을이 무섭다'였으니까요.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크리처 액션 블록버스터 《호프》, 아직 전체를 본 것은 아니지만 공개된 장면만으로도 머릿속이 꽤 바빠졌습니다. 현장감 — 괴물보다 먼저 공간이 무너진다공개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영화관이 아니었습니다. 몇 해 전 밤늦게 외진 국도를 혼자 운전하던 기억이었어요. 낮에는 아무렇지 않던 길인데, 가로등도 드문 그 길에서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습니다. 무언가를 '봐서' 무서운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보여서 무서운 그 감각 말입니다.《호프》의 도입부는 그 감각을 꽤 정확히 건드립니다. 괴물이 화면 정..
범죄도시5 관련 소식을 접하고 나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은 "이번엔 좀 다르겠다"는 기대보다 "과연 얼마나 달라질까"라는 의구심이었습니다. 1편부터 4편까지 모두 극장에서 봤고,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제가 영화를 대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5편은 2부의 시작을 선언하며 분위기와 장르 자체를 바꾸겠다고 합니다. 그 변화가 진짜인지, 아니면 포장만 새로운 건지를 제 나름대로 따져봤습니다. 빌런이 바뀌면 영화가 바뀐다 — 김재영 캐스팅과 1부·2부의 차이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보면서 저는 어느 순간부터 마석도의 주먹보다 빌런의 얼굴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2편의 강해상, 3편의 리키, 4편으로 이어지며 매번 "이번 빌런은 얼마나 강렬할까"를 먼저 따..
솔직히 저는 《바람》을 그냥 학창시절 추억 영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7년 만에 짱구가 스물 몇 살의 청년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이상하게 마음이 싱숭생숭해졌습니다. 비공식 천만 영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전작의 그 짱구가, 이번엔 배우라는 꿈을 붙들고 오디션 현장을 전전하는 20대로 나온다는 설정 자체가 제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17년 만에 돌아온 짱구, 뭐가 달라졌나《바람 2》는 전작 《바람》에서 부산 학창 시절을 누볐던 짱구 캐릭터가 어른이 된 이후를 그린 작품입니다. 배우 정우의 두 번째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자전적 연작(自傳的 連作)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전적 연작이란, 실제 당사자의 삶을 바탕으로 시간 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