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는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영화라는 말,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블랙홀이 아니라, 늙어버린 자녀들의 영상을 바라보는 쿠퍼의 표정이었습니다. 과학 영화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시간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극장을 나오게 되는 영화. 그게 인터스텔라가 오래 남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였던 이유, 정말 교육열 때문일까인터스텔라가 한국에서 인구 대비 독보적인 흥행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한국 관객에게 특별 감사 영상을 제작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 현상을 설명할 때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과학에 대한 관심을 이유로 꼽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설명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습..
트로이 전쟁이 끝난 기원전 1200년경, 오디세우스는 10년을 더 바다를 떠돌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이미 영웅담으로 노래되고 있었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저는 꽤 오래 멈칫했습니다. 당사자가 지금 이 순간 살아남기 위해 버티고 있는데, 그 고통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는 멋진 전설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 묘하게 씁쓸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제니아(Xenia): 신화 뒤에 숨겨진 고대의 경제 시스템영화를 보면서 "제우스의 법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대사가 여러 차례 나오는데, 저도 처음엔 그냥 신화적인 표현으로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건 고대 지중해 세계를 실제로 작동시켰던 사회 규범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고대 그리스에서 '제니아(Xenia)'란 이방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