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는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영화라는 말,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블랙홀이 아니라, 늙어버린 자녀들의 영상을 바라보는 쿠퍼의 표정이었습니다. 과학 영화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시간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극장을 나오게 되는 영화. 그게 인터스텔라가 오래 남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였던 이유, 정말 교육열 때문일까인터스텔라가 한국에서 인구 대비 독보적인 흥행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한국 관객에게 특별 감사 영상을 제작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 현상을 설명할 때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과학에 대한 관심을 이유로 꼽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설명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습..
솔직히 저는 처음에 이 작품이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맛있는 것을 먹고 함께 일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그냥 힐링용 애니메이션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을 보고 나서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귀여운 그림체 뒤에 생존, 희생, 그리고 끝나지 않는 저주를 숨겨 놓은 잔혹동화입니다. 귀여운 세계관 속에 감춰진 잔혹동화의 문법치이카와 세계관을 처음 접하는 분들 중에는 "이게 어린이용 아닌가요?"라고 묻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나가노가 이 세계에서 일관되게 보여주는 건 생태계의 냉혹함, 즉 먹고 먹히는 구조입니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언제든 누군가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작은 존재..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실사화 작품을 볼 때 캐스팅 사진만 보고 절반쯤 판단을 내려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꽤 잘못된 습관이었다는 걸, 몇 번의 뼈아픈 경험 끝에 깨달았습니다. 넷플릭스의 '하렘의 남자들'과 디즈니+의 '재혼 황후'가 거의 동시에 화제를 모으는 지금, 그 두 작품을 보면서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캐스팅 논란,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좋아하던 웹소설이 드라마화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줄거리보다 캐스팅을 먼저 찾아보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머릿속에 이미 그려진 인물의 얼굴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작을 오래, 깊이 본 작품일수록 그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어서, 아무리 유명한 배우가 캐스팅됐다고 해도 "내가 상상하던 사람은 아닌데?"라는 느낌이 먼저 치고 올라옵니다.'하렘의 남자..
솔직히 저는 미스터리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달랐습니다. 거대한 사건보다 좁은 공간에서 옆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훨씬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영화 '폭설'의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그 느낌이 다시 올라왔습니다.터널, 시체, 그리고 살아있는 두 사람폭설이 내리는 터널로 두 남자가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예고편을 보면서 제가 먼저 한 생각은 "아, 이건 전형적인 밀실 추리극이겠구나"였습니다. 밀실 추리극이란 외부와 단절된 공간 안에서 범인을 찾아가는 구조를 말합니다. 외부와 차단된 공간 덕분에 용의자가 제한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이 극의 핵심 동력이 됩니다. 쉽게 말해 탈출도 구조도 없는 상황에서 범인을 특정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