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라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정반대였습니다. 굿 윌 헌팅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천재가 정작 자기 인생에서 가장 쉬운 문제, 즉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를 오랫동안 풀지 못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생각보다 저와 멀지 않았습니다.MIT 복도의 천재, 그런데 왜 부럽지 않았을까영화를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 솔직히 윌이 엄청나게 부러웠습니다. MIT 수학과 교수 제럴드 램보가 복도 칠판에 적어둔 문제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2년 동안 매달려도 증명하지 못한 난제였는데, 윌은 청소 중에 잠깐 멈춰 서서 그걸 풀어버립니다. 저 같으면 문제가 뭔지도 몰랐을 겁니다.그런데 영화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묘하게 그 부러움이 사라..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사람은 주인공 존 메이가 아니라, 고독사로 발견된 빌리였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죽음, 아무도 기억하려 하지 않는 삶. 그런데 그게 정말 '아무것도 없는 삶'이었을까요. 보면 볼수록 그 반대였습니다.빌리의 삶을 다시 읽는 일 — 고독사 너머의 사람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빌리를 꽤 단순하게 읽었습니다.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알코올에 기대다가 결국 홀로 죽음을 맞은 사람. 딸 캘리도 아버지의 부고에 무덤덤했고, 옛 연인도 장례식 참석을 차갑게 거절했습니다. 그 장면들만 놓고 보면 '자업자득'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그런데 존 메이가 빌리의 과거를 하나씩 추적해 가면서 전혀 다른 층위들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빌리는 전쟁 중..
솔직히 저는 설국열차를 처음 볼 때 단백질 블록의 정체가 가장 강렬한 장면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려보면 진짜 무서운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꼬리칸에서 몇 칸만 앞으로 이동하면 음식이 있고, 교육이 있고, 웃음이 있습니다. 같은 기차 안인데 완전히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 봉준호 감독의 2013년작 설국열차는 그 불편함을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보여준 영화입니다. 기차 한 칸 차이가 만드는 계급구조설국열차의 배경은 기후공학(Climate Engineering) 실험의 실패입니다. 여기서 기후공학이란 지구 온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는 대규모 기술 개입을 의미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해 살포된 화학물질 CW-7이 오히려 전 지구적 빙하기를 초래합니다. 이 ..
불사신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볼 때마다 처음엔 늘 비슷한 생각부터 했습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면 세상에 두려울 게 없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부활남: 더 레드'의 설정을 따라가다 보니 그 생각이 조금씩 흔들렸습니다. 죽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죽음을 반복해서 겪어야 하는 운명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불사 설정이 만드는 긴장감의 구조주인공 석환은 죽어도 3일 뒤에 다시 살아납니다. 겉으로 보면 완벽한 능력처럼 보이지만, 이 설정이 액션 서사(narrative structure)에서 안고 가는 문제는 꽤 근본적입니다. 서사 구조란 이야기가 긴장감을 만들고 해소하는 흐름의 뼈대를 말합니다. 보통 주인공이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바로 그 긴장감의 핵심 동력인데, 석환에게는 그 조건이 처음부터 빠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