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개된 영상 몇 분을 보고 나서 느낀 첫 감각이 '괴물이 무섭다'가 아니라 '저 마을이 무섭다'였으니까요.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크리처 액션 블록버스터 《호프》, 아직 전체를 본 것은 아니지만 공개된 장면만으로도 머릿속이 꽤 바빠졌습니다. 현장감 — 괴물보다 먼저 공간이 무너진다공개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영화관이 아니었습니다. 몇 해 전 밤늦게 외진 국도를 혼자 운전하던 기억이었어요. 낮에는 아무렇지 않던 길인데, 가로등도 드문 그 길에서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습니다. 무언가를 '봐서' 무서운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보여서 무서운 그 감각 말입니다.《호프》의 도입부는 그 감각을 꽤 정확히 건드립니다. 괴물이 화면 정..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영화를 다시 볼 때는 묘한 기분이 듭니다. 저도 《쇼생크 탈출》을 제대로 보기 전부터 비 오는 밤, 두 팔을 벌린 앤디의 장면을 수도 없이 봤습니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틀었는데, 막상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탈옥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가, 그리고 어떻게 스스로를 가두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더 길게 머릿속에 남았습니다.결말을 알고 봐도 새로운 영화, 그 이유《쇼생크 탈출》의 원제는 《The Shawshank Redemption》입니다. 리뎀션(Redemption)이란 신학·문학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로,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죄나 속박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구원'을 뜻합니다. 영화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구원'이라는 다소 난해한 단..